여자배구 세계 4위, '배구여제' 김연경에게 쏟아지는 찬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늘(8일) 오전 세르비아와의 3,4위 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습니다. 아쉽게 메달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온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던 이번 올림픽 경기는 그야말로 특별합니다.

 

 

 

 

먼저 이번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고, 주전 라이트 김희진은 물론 세터 염혜선도 부상에서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속팀의 모든 시즌을 끝낸 뒤 바로 올림픽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4개월 간 훈련과 경기만 치른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전력 약화로 인해 올림픽 8강도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조별 리그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잇다라 거두면서 7위 도미니카공화국, 5위 일본에게서 승리하였고, 4위 터키와의 8강전에서도 5세트에 거쳐 승리를 거뒀습니다. 비록 2위의 브라질, 6위의 세르비아에게는 졌지만 온 국민들은  여자 배구 대표팀의 믿을 수 없는 결과와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연경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를 통해서 선수들이 앞으로 해야 할 미래 방향들을 잡을 수 있던 거 같다"면서 "어쨌던 여기까지 끌어올렸던 여자 배구를 후배들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을 암시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김연경이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경기 중에는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품격 있는 모습으로 승자를 예우하고, 함께 뛴 동료들을 격려하였습니다. 후배들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코트를 떠날 때까지 울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도중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하늘을 보며 눈물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세르비아 코칭스태프들도 '세계 최고의 레프트' 김연경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는데, 김연경은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축하해주었습니다. 모두가 김연경에게 다가왔고, 김연경은 미소로 답했습니다.

 

 

 

 

여자배구 대표팀에 혜성같이 등장해서 태극마크로 활동한지 어느덧 16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대표팀에 헌신해온 ‘캡틴’ 김연경은 본인을 희생하며 대표팀을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6 리우올림픽 8강,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 강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성적으로, 열악했던 여자배구는 전 국민적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의 인기스포츠가 될 수 있었습니다. 김연경은 태극마크의 의미에 대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저에겐 자부심이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했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졌던 무거운 부담감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이 얼마나 대단하고 강한 선수인지 알게 됐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했습니다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레전드 베타니아 데 라 크루즈는 “김연경이 엄청난 선수라는 건 누구든 알 것”이라 말했고, 브라질의 전설 나탈리아 페레이라는 “김연경의 엄청난 팬이다. 그녀가 한 번 더 올림픽에서 뛰는 걸 본다면 기쁠 것”이라 말했습니다.

김연경을 ‘10억분의 1의 스타’라고 표현했던 FIVB도 이날 경기 후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스코비치에 축하의 포옹을 건내 주장의 품격을 보여준 김연경에게 “2020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상징적인 포옹을 보여준 두 레전드”란 평가를 남겼습니다.

 

한국배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올려놓은 '배구 여제' 김연경은 그렇게 웃으며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한편, 결승에 진출한 브라질과 미국은 세트 스코어 3-0(25-21 25-20 25-14)로 미국이 승리하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국제배구계에서 강팀으로 늘 꼽혔으나 올림픽 정상과 인연이 없었던 미국 여자배구가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미국은 '주포' 조던 톰슨이 부상으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부터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장 조던 라르손과 안드레아 드류스 좌우 쌍포가 힘을 내며 브라질도 꺾었다. 라르손은 이날 결승에서 12점을, 드류스는 15점을 각각 올렸습니다. 또한 라르손과 짝을 이룬 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미셸 바취 해클리도 14점을 보태며 미국 우승에 힘을 실었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날 승리로 올림픽 결승에서 그동안 브라질에 당한 패배를 설욕한 셈입니다.

 

 

 

최종적으로 대한민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올림픽 메달 순위 16위를 기록하였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경기결과
7.25 (일) 여자 예선 A조

대한민국 0 : 3 브라질

7.27 (화) 여자 예선 A조

대한민국 3 : 0 케냐

7.29 (목) 여자 예선 A조

대한민국 3 : 2 도미니카공화국

7.31 (토) 여자 예선 A조

대한민국 3 : 2 일본

8.2 (월) 여자 예선 A조

대한민국 0 : 3 세르비아

8.4 (수) 여자 8강

대한민국 3 : 2 터키

8.6 (금) 여자 준결승(4강)

대한민국 0 : 3 브라질

8.8 (일) 여자 동메달 결정전(3,4위 전)

대한민국 0 : 3 대한민국